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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대몽골제국의 부흥기를 이끈 칭기스칸(成吉思汗, Genghis Khan)

칭기스칸

한자 : 成吉思汗, 이명 : Genghis Khan, Činggis Qan, 보르지긴 테무진, 시호 : 太祖

 
  • 저필자박원길(한국몽골학회장)
  • 생몰년생년 : 1162년 (음) ~ 몰년 : 1227년 8월 18일
  • 발행일2012년 4월 25일
  • 분류
 

칭기스칸과 대몽골제국의 세계사적 의미

 

지구촌적인 관점에서 인류사를 바라보면 영토나 시대이념면에서 누구의 눈에도 확연히 드러날 만큼 주목받는 시대가 있다. 그것이 바로 칭기스칸의 대몽골제국이다. 칭기스칸의 등장 이후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 지역은 몽골의 지배 속에서 좋든 싫든 동시대를 살아가야만 했다. 동쪽으로는 동해에서 서쪽으로는 러시아, 아나톨리아, 동지중해 연안에 이르는 지역이 몽골의 영토가 되었다. 몽골의 직접지배를 받지 않았던 서유럽, 이집트, 인도, 동남아시아, 일본도 정치·경제·문물·기술·학술·과학·사상·종교 등 다방면에서 몽골과 접촉·교류했다.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은 원하든 원하지 않던 몽골의 영향을 받아야만 했다. 바야흐로 몽골의 시대였다.
대몽골제국은 페르시아의 역사가 주바이니(1226~1283)의《세계정복자사》라는 이름에서도 나타나듯이 “세계(World)”를 인식한 제국이었다. 그 세계를 인식한 대몽골제국이 만들어 낸 인류통합의 시대이념이 바로 ‘팍스-몽골리카(Pax Mongolica)’이다.
팍스-몽골리카는 결코 문명의 파괴모델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세계의 모든 사상과 이념을 끌어안았던 인류통합의 모델이었다. 이 모델에 따라 전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가 스스로든 강제적이든 기존제도의 해체를 강요당했다. 그 해체를 강요한 실체가 무엇이었든 간에 분명한 것은 어떤 제국에 속한 백성들의 눈이나 어느 종교집단의 눈에도 이들이 파괴자가 아닌 개혁자로 보였다는 사실이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하나의 세계 속에 모여 버린 것은 인류사에서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미증유의 사건이었다. 이로부터 지구인들은 정말로 지구인다운 진정한 교류를 시작했다. 인류는 역사상 최초로 잠시나마 종교와 인종을 불문하고 하나의 제국, 하나의 이상으로 통합하여 서로 어울려 살았다. 인류사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이것은 진정한 지구촌의 시작(제1차 지구촌제국)이었다. 그들이 제시한 팍스-몽골리카라는 시대이념은 세계를 하나로 통합한 사상과 조직의 저수지로서 이후의 역사흐름을 결정짓는 모태가 되었다. 즉, 세계사의 거대한 분수령이었다.

 

 팍스-몽골리카의 핵심가치는 화합과 공존의 다민족공동체이념

 

팍스-몽골리카가 탄생한 유라시아-알타이 문화권 지역은 오늘날 “중앙 유라시아 역사(History of Central Eurasia)”라는 독립된 역사학 분야가 등장할 정도로 세계사의 중심 무대였다. 또 이 역사 무대의 주인공들인 유라시아-알타이어족 계열의 민족들은 역사적으로 매우 독특한 이념을 가지고 있다. 즉 사상적으로 만물은 모두 존중해야 한다는 자연법적 인식체계(샤머니즘), 정치적으로 직접참여주의를 통한 권력분립(제천행사), 경제적으로 교역중시의 철학이 그것이다. 바로 팍스-몽골리카는 이 북방문화원형적 사고체계의 제도적인 완성과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폐쇄적·정착적·수직적 사고방식을 가진 자들이라도 칭기스칸의 확장과정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제국이 세력과 판도를 확대해 나갈 때마다 새롭게 편입된 지역과 집단은 다음 정복전쟁의 전진기지가 되고 또 군대와 물자의 보급원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과연 이 같은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는 칭기스칸의 대몽골제국이 애초부터 사상과 인종에 구애받지 않은 열린사회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있다. 또 이를 토대로 다민족공동체의 이념을 구현했다는 것을 뜻한다.

 

 대몽골제국은 개방과 다양성을 자랑하는 혼혈문화의 제국

 

대몽골제국 지배력의 비밀은 혁신적인 내부 시스템과 혼혈문화라는 이상주의의 독특한 결합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혁신적인 내부 시스템이란 천호제와 케식텐(Keshigten)제를 바탕으로 한 강력한 군사력과 코릴타(Khurita)라 불리는 철저한 참여민주주의이다.
혼혈문화란 바로 개방과 다양성을 자랑하는 잡종문화이다. 잡종문화의 사회에서는 칸막이가 있을 수 없다. 칸막이가 없으면 제국은 살아있고 변화하게 된다. 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가 있다. 몽골이 주변문화에 대한 뛰어난 친화력을 발휘하며 세계통합제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쩌면 잡종문화의 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열린 사회(수평마인드)와 다민족 공동체를 바탕으로 성립된 대몽골(원)제국의 성격과 특징은 무제한 경쟁체제의 자유무역, 단일지폐 경제권, 한 분야의 전문가를 존중한 전문 계약직의 사회, 교통과 통신혁명(Jamchi), 바다와 육지를 이은 물류기지의 제국, 다국어를 바탕으로 한 연회와 계약서의 제국, 종교문제가 없었던 유일의 제국, 정보·과학 인프라를 생명처럼 여긴 제국 등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제국의 성격과 특징은 미국을 중심으로 제2차 지구촌사회의 태동을 꿈꾸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1세기의 시대이념으로 부활하는 칭기스칸의 팍스-몽골리카

 

칭기스칸의 리더십과 그가 남긴 이념은 오늘날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는 21세기 지구촌의 통합이념 모색과도 관련이 있다. 특히 올해가 칭기스칸 탄생 850주년이다. 따라서 칭기스칸을 재조명하는 각종 학술회의가 몽골국은 물론 칭기스칸을 위대한 중국인으로 선포한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열리고 있다. 그러나 칭기스칸에 대해 몽골 못지않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G20과 세계 10대 교역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필요한 민족이다. 그를 위해 화합과 공존을 내세웠던 팍스-몽골리카의 이념을 연구하고 공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몽골의 시대를 몽골간섭기로 가르치는 오늘날의 한국 교육제도를 재고할 필요가 있다. 백남준은 “칭기스칸의 복권(1993)”이란 예술작품을 통해 팍스-몽골리카의 원천사상이 홍익인간을 바탕으로 한 북방문화원형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기리고 있는데, 오늘날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러한 적극적인 사고방식이다.

몽골 국회의사당 앞의 칭기스칸 동상
동몽골 초원의 무지개
헨티아이막 다달솜에 있는 칭기스칸 탄생 800주년 기념비